(87) 평범하고 티격태격하는 가족, 정말 감사한 축복입니다.
지난 금요일 새벽은 정말 아찔한 날이었습니다 .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떠 보니 5 시 26 분이었습니다 . 지금까지 부목사 시절에도 한 번도 새벽예배 설교를 펑크 낸 적이 없었는데 , 하마터면 펑크를 낼 뻔한 날이 되었습니다 . 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길 경우 당황하지 말고 조용히 자습을 하시도록 사무장님께 당부 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, 저는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얼른 옷을 입고 거울 한 번 보고 즉시 빠른 걸음으로 교회로 나왔는데 , 5 시 31 분 . 송집사님 , 여장로님 , 홍목사님이 당황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. 게다가 수능을 마치고 홍대거리에서 노는 대신 교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우리 수험생 자녀들이 새벽예배의 자리에 와 있었습니다 . 이런 특별한 날 , 너무 늦지 않은 것이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. 새벽설교 직전에 수험생 자녀들이 특송을 했습니다 . ~~~ 어떤 상황에도 나는 예배하네 ~~~ 울려 퍼지는 찬양을 들으며 ,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.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따뜻한 가정과 아름다운 교회를 주신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. 우리 교회는 1 년에 두 차례 삶 공부를 하는데 , 삶 공부가 있는 기간은 저에게 약간 무리가 될 정도로 피곤한 기간입니다 . 저는 평상시 월요일에 쉬는 대신 목요일에 쉬는데 , 월요일에 쉬게 되면 일주일 내내 쫓겨 다니는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. 그런데 삶 공부 기간에는 목요일에도 오전 클래스와 오후 클래스를 오픈합니다 . 어제 목요일 , 새벽예배 부터 시작한 하루 , 삶 공부 숙제 검사하고 , 오전 클래스를 마치고 , 오후에는 조금 휴식을 취해야하는데 , 미국의 시온영락교회에서 온 반가운 가족과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고 , 밤 클래스까지 마쳤습니다 . 긴 하루를 보내고 얼른 잠을 자야 내일 새벽예배에 지장이 없는데 ,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. 우리 교회 자녀는 아닌데 중학교 2 학년 여자 아이 하나가 복잡한 가족 문제 때문에 갈 곳이 없는데 ,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는 싱글청년의 S.O.S. 전화였습니다 . 우선 교회로 함께 오라고 이야기하고 , 아내와 함께 다시 옷을 챙겨 입고 교회에서 이 아이를 만났습니다 .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녹음기를 틀어놓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. 잘 타일러서 집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. 아이를 안심시켜 주고 , 여러 가지 가능한 상황을 함께 대화하면서 설명해 주고 , 아이의 엄마께 제가 전화를 드려볼 생각으로 전화를 해도 되겠는지 물어 보았는데 , 이 아이가 엄마랑 문자 대화한 내용을 보여줍니다 . 엄마가 딸에게 보낸 문자 메세지의 모습을 보고서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. 이 아이가 지금 돌아갈 집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. 결국 아이를 설득하여 함께 경찰서를 찾았고 , 경찰에게 인계를 하고 난 뒤에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. 밤 12 시가 다 되었습니다 . 빨리 자야 새벽예배를 제대로 섬길 수 있을 텐데 … .. 정신이 말똥말똥하고 심란합니다 . 새벽에 눈을 떠 보니 새벽 4 시 , 조금만 더 자자 한 것이 하마터면 새벽예배 설교를 펑크낼 뻔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. 한편으로 중학교 2 학년 딸이 얼마나 속을 썩였으면 엄마가 이렇게까지 반응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. 어쩌면 엄마가 갱년기를 통과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. 엎친데 덥친 격으로 남편까지 힘들게 하는 상황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.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너무하다 … . 엄마의 문자 메세지가 중학교 2 학년 아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. 오늘이 추수감사 주일입니다 . 지난 목요일 밤 만난 그 아이를 떠올리며 , 비록 때로 티격태격 하기도 하지만 , 그렇게 극단적으로 치닫지 않는 평범하고 따뜻한 가족이 있다는 것 , 그리고 내가 속상하고 힘들 때 마음껏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목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? 얼마나 큰 감사의 제목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. 감사가 더 풍성한 추수감사절 되시기 바랍니다 . 그리고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, 혹시라도 제가 새벽예배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, 사연이 있을 거야 생각하시며 , 바로 개인기도의 시간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. < 석목사 올림 >